2011.8.20~21(토,일)
혼자
성삼재-KBS송신탑-문수암-왕시리봉능선-질매재-문바위등-느진목재-남산마을
노고단 대피소에 예약을 하고서 코스는 노고단고개에서 심원마을, 심원능선으로 반야봉, 대피소 일박 하고, 다음날은 왕시리봉능선으로 토지면으로 하산이었다.
그런대 매주말이면 비 소식이다. 연거퍼 2번을 빗속에 B코스를 다녔더니 신물이 날 정도다.
막상 성삼재에 도착하니 구름이 꽉찬 것이 곧 비가 내릴 것 같다.
비올 때는 그냥 주능이나 다니면 좋을텐데 심성이 맞질 않아 그렇게는 못하겠고, 심란하다.
성삼재 슈퍼에서 캔맥주 4개와 과자를 사서 옆집 분식집에서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보면서 캔을 비우다보니 담배 생각이 난다.
마침 가족끼리 바람쐬려온 한 팀이 건너편에 앉는데 아무래도 담배를 태우는 사람 같아 캔1개와 3개피를 물물교환한다.
빗속에 계획대로 산행하기가 시간이 지날 수록 싫어진다. 그러면서 한켠으로 피아골 계곡에서 팔각정을 운영하는 지인이 솔솔 피어오른다. 먼저 한가한가 부터 타진을 해보니 계속 비오는 관계로 한가하다며 오라고 한다.
남산 마을로 하산 한다니 차를 갖고 밑에서 대기한단다.
오케이!! 출발이다. 지난번 봐두었던, KBS 입구 삼거리에서 노고단고개 방향으로 20여미터 가면 오른쪽 경사면에 출입금지 표지를 금줄에 달아놓은 곳 넘어 길이 뻥 뚤린 곳으로 진입한다.
KBS입구 시멘트길 삼거리에서 노고단고개 방향 20여미터 우측, 계곡도 아닌것 같은데 넓게 정리가 되었다.
밧줄을 넘으니 폭이 1미터 이상되고 직선으로 쭉 뻗어 있다. 방향을 볼때 KBS 송신탑 뒷쪽으로 예상된다.
몇분 오르자 넓은 초지로 된 공터가 제법 크다. 무슨 복원한다는 내용의 표지판이 있다. 공터에서 길이 어데 있는지 알 수 없으나 오른쪽을 보니 나무들 모습이 안부 처럼 움푹한 것이 보여 풀속을 헤치고 다가가니 작은 지류가 있는데 지류 건너 뚜렷한 길이
보인다.
길 따라 진행하니 KBS 뒷담이고, 담을 따라 담이 오른쪽으로 꺽어진 지점까지 가니 삼거리다. 오른쪽 길은 KBS정문에서 철망따라 오다 철조망 문을 넘어서 오는 길이고, 왼쪽은 문수대 길이다. 이제 길을 찾은 것이다.
한참을 너덜길을 내려가다 산죽속으로 들어가니 삼거리다. 즉, 문수대 입구 삼거리다.
문수대 입구 삼거리, 왼쪽이 문수대, 오른쪽이 왕시리봉 능선 길
가로놓여있는 나무를 한켠에 놓고 돌담 안으로 들어가니 암자 출입문 앞에 스틱이 한개 세워있고, 조용하다.
마당을 보니 잔디에 타원형으로 길이 닦여 있다. 아마도 스님이 지구를 돌듯 벵벵 돌던 흔적인가 싶다.
문수암에서 삼거리까지 되돌아 나와 왕시리봉 방향으로 간다.
지난 빗속에 문수암에서 흘러 나왔는지 통나무 2개가 뒹글고 있는 너덜을 지나는데 너덜을 따라 내려가는 곳에 간간히 표지기가 있고, 사면으로 너덜을 건너는 방향에는 길 흔적이 보이지 않아 표지기 따라 내려가 본다. 내려가면서 촤측 사면쪽을 유심히 봐도 길은 보이지 않는다. 20여분 가까이 내려왔나, 잘못된것 같다. 다시 위로 올라가자, 다시 짚어보기로 하고 올라서 너덜을 가로질러 건너가니 잡목 사이로 길이 보인다. 약40여분을 알바했다. 잘한다.....
잠시후 사거리에 이른다.
왼쪽 오름길은 노고단 정상, 앞 직진은 돼지령, 능선길은 오른쪽이다.
질매재를 지나고 언제부터인지는 미역줄나무와 싸리나무, 철쭉 등이 엉키고, 그렇지 않으면 산죽이 진행하는데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하다. 더구나 문수암을 지나고 부터는 소나기가 산행내내 쏟아지니 빗속의 B코스를 또 헤메는 꼴이 되었다.
등로는 평탄한데 이런 잡목들이 여타 산길에 비해 상당히 심하다. 그래서 다른 산꾼들이 잘 안다니는지 모르겠다.
다음부터는 나도 오지 말아야겠다. 진즉 알았다면 그냥 패스 했을텐데.....
문바위등은 우회하면서 보니 바위가 제법 그럴듯하다.
우회하고 약간 내리막길 내려서는데 오른쪽 내리막길이 상당히 잘 발달 되었고, 직진은 희미하다.
오른쪽으로 내려서니 출입금지 안내판이 있고, 길을 찾지 못해 다시 올라와 직진을 한다.
미역줄나무등 잡목과 사투를 벌이며 올라서는데 통과가 불과할 정도인데도 어거지로 통과하니 참나무 숲 길이 희미하지만 이어진다. 10여분 내려섰는가?
지금까지 오던 것과는 달리 희미한 길이 아무래도 수상하다 싶어 나침판을 꺼내드니 정동쪽으로 가고있다.
왕시리봉은 정남쪽에 가까운데..... 난감하다. 길만 좋은면 걱정이 없는데 그놈의 잡목을 헤치고 어떻게 빽을 할까...
힘이 쭉 빠진다. 그렇다고 이대로 진행하면 피아골 어디쯤으로 떨어질텐데...
곰곰히 생각하니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출입금지판이 있는 곳이 등로로 판단된다.
빽이다. 참나무 숲 길을 오르자 잠시후 왼쪽으로 길이 있다. 내 짐작으로 잡목이 우거진 위 봉우리를 우회하는 것으로 생각되어 횡재구나 하고 들어선다.
몇발짝 갔을까? 길은 사면으로 돌아가는 듯한데 키를 넘는 대쪽 같은 산죽이 길을 가로막듯이 쓰러저 있어 오도가도 못하고 갇히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두손으로 쓰러진 산죽을 들어올리고 지나고 하는 방식 대로 한발작씩 가는데 무슨 산죽이 이렇게 무거운지 처음 알았다.
산죽을 빠져나와 나침판을 보니 이제사 제대로 된 남쪽을 가리킨다.
이제부터는 잡목도 없고 길이 좋다. 시간을 보니 1시간이나 알바를 했다.
남산마을 날머리에서 기다리던 지인은 산속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걱정되어 계속 전화다.
어쨌던 느진목재에 도착했다. 살것 같다. 비는 계속해서 줄기차다
또 다짐을 한다. 다시는 빗속을 뚫고 B코스는 하지 않으리.... 더하나 왕시리봉은 이것으로 아듀다.
몇년 전에도 비를 맞으며 토지 구산리에서 왕시리봉까지 갔던 일이 생각난다. 그때도 본래는 노고단 까지 였는데 포기하고 파도리로 하산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만일, 고집으로 왕시리봉 넘어 문바위등으로 진입했다면... 생각도 싫다.
느진목재에서 남산마을 길은 처음은 잘되있다가 나중에는 많은 비로 인해 길이 유실되어 잘찾아가야 한다.
길은 계곡 좌측으로 사면을 돌듯이 왼쪽으로 진행된다.
1시간을 내려서니 시멘트길이 반기고, 바로 앞에 차 한대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시간을 보니 16:00 넘었다. 문수암에서 11:30 였으니 ... 점심도 굶고, 배낭에 물이 있지만 마시지도 못하고 헤맨 것이다.
팔각정 밑 계곡에서 씻는데 배가 고파 숨도 쉬기가 싫어 덜 녹아 땅땅한 인절미를 씹으면서 어렵사리 알탕을 마친다.
하루밤 묵었던 팔각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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